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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노의 ‘아베 마리아’      
                              
한번쯤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요즘입니다.
평소 음악피정에 대해 궁금하고 체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가까운 성당에서 열리는 음악 피정에 갔었습니다.

피정을 이끌어주는 아름다운 생활성가와 앙상블 연주!
‘아베 마리아’라는 주제로 본당 주임 신부님이 피정을 이끌어 주시면서
각각 들려 준 클래식 음악에 담긴 사연도 함께 들려주었습니다.
신부님께 들었던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  
구노의 '아베마리아'에 담긴 사연을 나누고 싶습니다.

구노는 음악 신동이라 불렸습니다.
그러나 같은 학급에 구노가 따라잡을 수 없을 이른바 ’음악 천재’가 있었습니다.  
‘엥베르’라는 친구였습니다.
두 사람은 절친한 친구였고 선의의 경쟁자였습니다.
구노는 그 친구가 당연히 음악을 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신학교에 들어간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세월이 흘러 사제가 된 그 친구는 파리 외방 선교회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전해 들었습니다.
구노는 그 친구를 만날 수는 없었지만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 틈틈이 기도를 했습니다.

또한 학교 게시판에는 가끔씩 붉은 글씨로 ‘000 순교’라는 메모가 붙곤 했는데,
구노는 혹여 자신의 친구 이름도 그 명단에 올려 질까봐 걱정하면서
게시판을 볼 때마다 가슴 졸이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친구가 주교로 임명되어
‘조선’으로 발령받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구노는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순교를 각오하고 들어가는 나라’라는 말까지 돌 정도로
천주교 박해가 극심하던 조선, 바로 그 죽음의 땅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구노는 날마다 주님과 성모님께 그 친구가 무사히 돌아와
단 한 번만이라도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구노는 학교 게시판에 붙은 충격적인 메모를 보게 됩니다.

‘엥베르 주교, 조선에서 순교’

눈물이 앞을 가려 서 있을 수조차 없던 구노는 정신없이 뒷동산으로 뛰어갔습니다.
언제나 변함없이 자비로운 눈길로 내려다보시는 성모상 앞에서
구노는 친구를 잃은 충격과 슬픔에 목 놓아 울었고
그렇게 세상에 둘도 없이 절친했던 엥베르 주교를 기리며 만든 노래가
바로 ‘구노의 아베마리아’였습니다.  

세상에 사연 없는 이야기가 없고,
사연 없는 노래가 없습니다.
음악가 구노와 순교 성인 엥베르 주교의 사연만큼이나
더 애절한 사연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오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사연은 어떠한가요?
다른 군더더기 없이 표현한다면,
오직 인간을 극진히 사랑해서 인간의 모습으로 오시고,
오직 인간을 극진히 사랑한 나머지 죽음까지도 불사한 그 사연을요.    
                  행복지기 수녀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