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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는 생명입니다. 우리 모두는 배아였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수도자 그리고 성직자 여러분!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연구와 관련해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교리주교 위원회와 사회주교 위원회는 공동으로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성명서는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를 얻기 위한 일련의 연구와 실험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로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러한 치료 기술이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성장 동력으로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해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기대감 못지않게 인간의 생명을 훼손시키는 윤리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황우석 교수의 이번 연구는 인간 생명체인 배아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고, 그 배아를 이용하여 이른 바 줄기세포를 생산하고 난 다음, 배아를 버리는 반생명적 행위를 수반합니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는 통상적인 인간 생명의 발생 원리를 벗어난 인위적인 생명조작에 해당합니다. 아울러 비록 복제된 배아라 할지라도 이는 분명 인간 생명체입니다. 따라서 인간배아에 대한 실험이나 조작은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행위입니다. 아울러 인간배아를 활용해서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한 수단을 찾아내는 것은 인간 배아의 파괴를 전제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결코 허용될 수 없습니다. 온전한 인간 생명체인 배아를 복제하여 질병 치료에 이용하는 것은 결국 한 인간 생명을 다른 인간의 치료를 위한 수단 또는 도구로 이용하는 행위입니다. 인간을 목적으로 삼지 않고 수단으로 삼는 행위입니다.
우리 모두는 배아였습니다. 우리의 생물학적 과거도 모두 배아였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생명이었고 지금 살아서 생명을 누리고 있습니다. 배아가 자라면 무엇으로 태어나겠습니까? 사람으로 태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결코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체로 태어날 수는 없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날 자는 처음부터 사람입니다. 인간 배아를 연구나 실험용으로 활용하고 끝내는 폐기하는 행위는 인간생명을 파괴하는 비도덕적 행위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난치병의 치료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난치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나 수단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습니다. 과학 기술의 결과에만 열광하고, 그 과정이나 절차에 대해서는 숙고하지 않습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한다고 해서 환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한 생명을 치료하기 위해 또 다른 생명을 인위적으로 개입하여 희생시키는 방법에는 동의 하지 않을 뿐입니다. 나의 생명이 소중하다면 너의 생명도 소중합니다. 난치병을 치료하는 목표에만 열광할 것이 아니라, 그 목표에 이르는 방법이나 과정에 대한 깊은 성찰도 필요합니다.
자기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하고 자기 결정권을 수행하지 못하는 가난한 생명을 질병 치료의 목적으로 임의로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며 기득권자의 횡포입니다. 행위의 목표가 선한 것이라면 목표를 이루어 내는 수단마저도 선해야 합니다.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 가운데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하는 것만이 유일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임상적으로도 효능을 발휘하고 있는 성체줄기세포 치료는 윤리적으로 논란이 되지 않을뿐더러 안전성도 탁월합니다. 많은 생명과학자들이 줄기세포가 인류의 건강과 생명에 큰 기여를 할 것이기 때문에 계속 연구, 활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배아줄기세포 대신 성체줄기세포를 활용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성체줄기세포」는 사람의 혈액이나 골수 혹은 탯줄 혈액, 태반조직 등 에서 추출해 낼 수 있는 줄기세포로서, 배아의 생명을 죽이면서까지 추출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윤리적으로도 논란이 되지 않습니다. 성체줄기세포의 효능은 이미 임상시험에서 입증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우리는 지금 다양한 반생명의 문화와 죽음의 문화가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들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생명의 존엄성과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입에 올리기조차 부끄러운 상황 속에서, 생명은 거룩하고 신성한 것이라는 보편적인 가치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마침내 과학과 기술의 이름으로 생명을 조작하고 생명을 상품화시키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생명이 본래의 신성하고 거룩한 가치를 극도로 훼손당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명은 이제 더 이상 존중되어야 할 소중한 가치가 아닙니다. 상업적 또는 경제적 이익을 보장해 주는 수단으로 전락한지 오래되었습니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탐욕을 채워주는 수단으로 생명이 악용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생명의 존엄성이 무시되고, 생명 존중의 사상이 실종되었으며, 생명 경시의 풍조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난치병을 치료하고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을 우리는 거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의 무병장수를 보장받기 위한 수단으로 다른 생명을 이용하고 끝내는 용도 폐기하는 시도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견제도, 비판도, 윤리도 무시하는 과학의 독주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였던가를 우리는 역사에서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신앙고백 하는 사람입니다. 이 신앙고백 때문에 목숨을 바치고 고난 속에 살아가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신앙고백 한다면 그분께서 선포하시는 복음적 가치에 승복하고, 그 가치를 구체적인 삶에 실현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인다운 신앙 감각과 가치관을 갖추어야 합니다.
생명 문제와 관련해서도 가톨릭교회의 고유한 가르침이 있습니다. 먼저 교회가 생명 문제와 관련해서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에 대한 탐구와 연구하는 자세를 갖추어 주시기를 요청합니다. 세상과 과학 기술이 생명 문제와 관련해서 무엇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무엇인가에 대한 비교와 식별을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 믿음의 삶을 산다는 그 의미에 대해 고뇌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그리스도인다운 가치관으로서 세상의 유행과 풍조를 그리스도화 시키는 일에 앞장서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그리스도인다운 가치관의 확립과 믿음으로 "예"와 "아니오"를 식별하는 용기를 발휘해주시기를 요청합니다.
우리의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복음의 핵심은 바로 생명의 복음입니다. 인간의 생명은 그 기원을 하느님에 두고 있기 때문에 시작에서부터 마지막 끝에 이르기까지 한 순간이라도 거룩하지 않은 순간이 없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나누어주시는 거룩한 생명의 복음을 선포함으로써 이 세상에 희망을 주고, 생명의 소중한 가치와 존엄성에 대한 섬세한 감각을 간직해야 합니다. 우리의 삶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죽음의 문화와 반생명의 물결에 저항하면서, 생명의 문화 창조에 투신해야 합니다. 특히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명을 거부하고 배척하고서는 어떠한 행복도 희망도 꿈꿀 수 없다는 사실을 선포해야 합니다. 이러한 선포는 생명에 대한 사랑을 전제합니다.

언제나 저희 교구를 위해 기도하고 계시는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특히 교구 설정 40주년을 준비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갈라 3,26) 반성과 쇄신, 성서 쓰고 읽기, 가정기도, 매일미사 참례, 생명 운동 참여 등을 통해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믿음의 공동체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수고하시는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정성을 다해 믿음의 삶을 살기 위해 정진하시는 교우,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모두에게 하느님의 큰 축복이 내리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언제나 「생명 지킴이」로서의 소임에 충실할 것을 다짐하면서 늘 하느님에 대한 믿음 때문에 행복하시기 빕니다.

2005년 7월 5일

성 김 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에 교구장 안명옥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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