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어머니의 이야기..

by 최명숙 posted Apr 0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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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9.jpg

아들아!
결혼 할 때
부모 모신다는 여자 택하지 말아라
너는 엄마랑 살고 싶겠지만
엄마는 이제 너를 벗어나
엄마 아닌 인간으로 살고 싶단다.

엄마한테 효도하는 며느리를 원하지 말아라
네 효도는 너 잘사는 걸로 족하거늘
네 아내가 엄마 흉을 보거든
너 속상하는 것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그걸 엄마한테 옮기지 말아라
어미도 사람인데 알고 기분이 좋겠느냐
모르는게 약이란걸 백번 곱씹고
엄마한테 옮기지 말아라

아들아!
내 가장 사랑하는 아들아!
나는 널 배고 낳고 키우느라 평생을 바쳤거늘
널 위해선 당장 죽어도 하나 서운할게 없거늘
네 아내는 그렇지 않다는 걸 조금은 이해하거라
너도 네 장모를 위해서 네 엄마 만큼은 아니겠지

아들아!
혹시 엄마가 가난하고 약해지거든 조금은 보태 주거라
널위해 평생을 바친 엄마이지 않느냐
그것은 아들의 도리가 아니겠느냐
독거노인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도 있는데
어미가 가난하고 약해지는데
자식인 네가 돌보지 않는다면 어미는 얼마나 서럽겠느냐
널위해 희생했다 생각지는 않겠지만
내가 자식을 잘못 키웠다는 자책이 들지 않겠느냐?

아들아!
명절이나 어미 애비 생일을 좀 챙겨주면 안되겠니?
네 생일 한 번 잊은 적 없는데
그날 되면 배 아파 낳은 그대로
그때 그느낌 그대로 꿈엔들 잊은 적 없는데
네 아내에게 떠밀지 말고 네가 챙겨 주면 안되겠니?
생일상 받고 싶은 욕심이 아니라
잊혀지고 싶지않은 어미의 욕심이란다.

아들아!
내 사랑하는 아들아!
이름만 불러도 아련한 아들아!
네 아내가 이 어미에게 효도하기 바란다면
네가 먼저 네 장모에게 잘 하려므나
네가 고른 아내라면
너의 고마움을 알고 나에게도 잘하지 않겠니?
난 내 아들의 안목을 믿는다.

딸랑이를 흔들면 까르르 웃던 내 아들아!
가슴에 속속들이 스며 드는 내 아들아!
그런데 네 여동생 그 애도 언젠가 시집을 가겠지
그러면 네 아내와 같은 위치가 되지 않겠니?
항상 네 아내를 네 여동생과 비교해 보거라
네 여동생이 힘들면 네 아내도 힘든거란다.

내 아들아! 피눈물같은 내 아들아!
내 행복이 네 행복이 아니라 네 행복이 내 행복이거늘
혹여! 나 때문에 너희 가정에 해가 되거든
나를 잊어다오 이건 네 어미의 모정이란다.
너를 위해 목숨도 아깝지 않은 어미인데
너의 행복을 위해 무엇인들 아깝지 않으니
물론 서운하겠지 힘들겠지 그러나 죽음보다 힘들랴

그러나 아들아!
네가 가정을 이룬후 어미 애비를 이용하지는 말아다오
평생 너의 행복을 위해 바쳐온 부모다
이제는 어미 애비가 좀 편안히 살아도 되지 않겠니
너희 힘든건 너희들이 알아서 살아다오
늙은 어미 애비 이제 좀 쉬면서 삶을 마감하게 해다오
너의 어미 애비도 부족하게 살면서 힘들게 산 인생이다.
그러니 너희 힘든거 너희들이 헤쳐가다오
다소 늙은 어미 애비가 너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건 살아오면서 따라가지 못한 삶의 시간이라는 걸
너희도 좀 이해 해다오
우리도 여태 너희들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니
너희도 우리를 조금
조금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면 안되겠니?
잔소리 같지만 너희들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렴...

우린 그걸 모른단다. 모르는게 약이고...

아들아
우리가 원하는건 너희들의 행복이란다.
그러니 너희도
늙은 어미 애비의 행복이 뭔지를 알아다오
손자 기르며 손자의 얼굴 정말 보고 싶단다.
늙으면 어린애 된다는 말
그래서 손주가 보고싶단다.
잊지 말고 귀여운 손주 자주 보여다오
나를 나쁜 어미로 몰지 말아라
내가 널 온전히 길러 목숨마저 아깝지 않듯이
너도 네 자식을 온전히 길러 사랑을 느끼거라

아들아! 사랑한다.
목숨보다 더 사랑한다.
그러나 목숨을 바치지 않을 정도에서는
내 인생도 중요하구나..

- 좋은생각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