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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성녀 소화데레사 자서전을 읽고)

TV나 인터넷을 켜면 연일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것
들, 편리한 것들, 좋은 것들을 알리고 그것을 갖는 방
법을 알리느라 혈안이 된 세상이다. 그런 것들을 가지
기 위해 물질 자체가 목적인 양 되어 버린 세태를 살
아가면서 예전에 청년성령봉사자를 하며 가졌던 하느
님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이미 세상 것들에 밀렸고 길
을 갈 때나 한가한 시간에는 손에 묵주나 성경 대신
스마트 폰이 들려 있은 지 오래이다.


그런 내 손에 오랜만에 들려진 책 ‘성녀 소화데레사
자서전’ 속의 열다섯 소녀 데레사의 신앙고백은 내 영
혼의 상태를 돌아보게 하는 강한 울림이었다.


아직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세상에 대한 갈망이 더
클 법한 어린나이에 수녀원이라는 ‘복된 감옥’의 문을
열고 들어가 오직 하느님만 바라보기 위해 그 허락을
얻고자 교황님을 찾아 나선 순례길 에서 세상의 웅장
함과 아름다움을 보고 오히려 하느님나라를 더 그리
워하게 되었다는 열다섯 소녀는 세계청년대회 참가를
위해 유럽을 다녀온 후 이제 예수님께서 직접 걸으셨
던 길을 보고 싶다며 이스라엘로 향했던 나의 모습과
닮았지만 너무나 다르다.


사실 내가 한동안 성지순례를 다녔던 건 신앙의 자
취를 찾겠다는 것보다 여행을 더 다니고 싶다는 열망
이 컸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 간간히 예수님
께서 거니셨던 길을 보고 그 공간에 있다는 감동이 있
었지만 그보다는 우리와 다른 문화에 더 관심을 가졌
고 여권에 찍힌 스탬프의 수가 늘어남이 더 뿌듯했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훗날 성녀가 된 어린 데레사는 그런 세상의
아름다움은 하느님 나라의 아름다움과는 비교도 될
수 없음을 이미 알아보는 복을 누렸다. 많은 신앙인들
이 하느님의 나라를 갈망하고 준비한다고 하지만 삶
의 자리에서 온전히 신앙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쉽
지 않은 일이다. 삶의 자리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물
질이나 자리는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가는 여정에서
의 수단으로 여긴다면 좋겠지만, 세상의 가치에 따른
지위나 재물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오직 하느님만을
바라보며 사는 것은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이상 불가
능해 보이기까지 한다.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며 ‘제가 주님을 떠날 일이
생길 양이면 차라리 지금 주님과 함께 죽는 영광을’
청하면서도 세상의 일이 우선이 되고 ‘제 맘속에 주님
상처’를 새겨달라고 노래하지만 ‘구구팔팔이삼사’하며
무병장수를 원하고, 순교의 화관이나 하늘나라에서
누릴 행복보다 지금 삶의 자리에서 야곱의 축복을 더
원하는 나이 많고 덩치 크며 나약한 신앙인 앞에 어리
고 작고 여린 소녀의 몸으로 감내하기 힘든 육체적 고
통 속에서도 정신만은 하느님을 향하고 있는 데레사
성녀의 짧은 생애는 부질없는 세상의 달콤함을 떨치
고 하느님나라를 갈망하라는 초대의 메시지이다.


어쩌면 우리는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마태 18,3)
라는 말씀을 애써 외면하며 작아지고 낮아지는 것이
두려워 더 커지기 위해, 더 어른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에 반해 글 곳곳
에서 ‘어린’, ‘작은’이라는 표현을 강조하여 쓴 성녀의
낮아지고자 하는 노력은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30)라는 세례자 요한의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천국의 아름다움을 그리워하고 갈망한다는 것은 내
가 더 작아져야만 함을 전제로 한다. 두 발을 세상에
담근 채 한 손으로는 세상의 달콤함을 붙잡고 있으면
서 한 손만 겨우 뻗는 반쪽 신앙을 가진 우리에게 소
화데레사 성녀는 엄한 가르침이 아니라 겸손하고 낮은
이의 목소리로 말한다.


“저는 ‘이 땅의 아름다움’은 충분히 보았기 때문에
‘천국의 아름다움’을 그리워했습니다.”



우수상 허태범 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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