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조회 수 356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그리고 위령성월...|
인디언 아라파호 족은 11월을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고 부른답니다.


이 문장은 두 가지 사실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먼저 사라진 것이 있죠. 11월은 뭔가 사라져버린 달, 사라지고

있는 달입니다.  하지만 '모두 다' 사라진 건 아니죠.


사라진 것들 뒤에, 사라지는 것들 틈에 분명히 남아 있는 것이

있다는 겁니다.  그들에게 11월은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남아

있는 시간이었을까요?
 
여름의 약동하던 생명력이 사라집니다.
숨이 멎을 것 같은 폭염의 열기가 사라집니다.
들판을 가득 채우던 푸른 기운들, 푸르른 나무와 열매와 농작물이

거둬들여지고  그 자리에 저무는 빛깔들이 가득 차옵니다.
  
이제 그 여백으로 조금은 그윽한 시선이 머뭅니다.
그 시선은 낙엽을 보고 서늘해진 공기를 어루만집니다.
꽃이 피었다 진 자리, 뜨거웠다가 열정이 가라앉은 자리, 북적대던

여름의 뒤안길을  쓰다듬으며 조금씩 옷깃을 여밉니다, 그 시선은.
  
그리하여 사라진 것들에 이어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 것들을 만나게 됩니다.
여전히 우리 곁에 보석처럼 빛나는 것들을 보게 됩니다.


비로소 발견하게 됩니다.
가득 차 있을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
모든 것이 휘황할 때는 미처 시선이 닿지 않던 것들.
  
그리하여 가끔 그 시선은 내 안으로도 고개를 숙이게 합니다.
오늘 내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합니다.
 
한편 가톨릭교회의 11월은 위령성월입니다.
말 그대로 세상을 떠난 영혼의 영원한 안식을 구하는 시간이죠.
그리운 그들을 그리워하는 건
결국 내 죽음을 기억하게 합니다.
 
지난 여름 한국 평협상임위원회가  인천교구에서 열렸는데

그때  강화에 있는 '일만위 순교자 현양 동산' 십자가의 길에서
'무덤, 부활의 자리'라는 문장을 봤습니다.


죽음은 끝이지만 믿는 이들에게는 부활을 위한 싹이 돋는 자리겠지요.
바로 거기에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새로운 시작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시작 말입니다.
 
'죽음'
위령성월에 죽은 이들을 기억하며 그들의 '죽음의 자리'를 돌아보고
결국 내 '삶의 자리'를 돌아봅니다.
  
꽃도 지고  낙엽도 집니다.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운 가을.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닌 달',
 
11월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죽음으로 이별한 이들을 마음껏 그리워하며
이미 사라진 것들과 제대로 작별을 고하고
아직은 사라지지 않은 것들과 더 사랑하며 살 것을 다짐해봅니다.
 
부끄러워하지 않고 엉거주춤하지 않고
타오르는 단풍의 붉은 마음처럼 어여쁘게
사랑하리라 마음 먹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내일 고성 이화공원 묘지에 갑니다.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주교님과  신부님  그리고 배우자와 부모 형제

 친지들을 위해 기도하러 그분들을  만나러 갑니다

.

'이 삶'은   빛으로 영원히 이어지는 '저 삶'으로 내딛게 됩니다.

눈이 부시도록...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8 재의 수요일 아침에 권춘옥(실비아) 2018.02.21 596
127 답게 살겠습니다 선언문 권춘옥(실비아) 2018.02.21 615
126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을 위한 기도 권춘옥(실비아) 2018.02.21 637
125 평신도, 파이팅! ! 김덕곤 2016.11.10 758
124 나답게 사는법, 어떻게 실천하면 좋을까요? 권춘옥(실비아) 2018.11.05 1054
123 “나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 김덕곤 2014.11.24 3533
»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 위령성월 김덕곤 2014.11.24 3566
121 2015년 산상미사 file 심정혜 2015.11.04 3602
120 평생의 동반자 김덕곤 2014.11.24 3624
119 한국 순교자들에게 바치는 기도 file 관리자 2015.08.31 3671
118 한가위 명절 인사드립니다 file 안상덕 2008.09.12 3694
117 정미영님 감사합니다. 안상덕 2008.09.28 3738
116 제 41회 평신도 주일을 축하드립니다. file ggonjoseph 2008.11.15 3739
115 제주도보성지순례-셋째날 5 김덕곤 2012.03.25 3776
114 김영국님 감사합니다. 안상덕 2008.09.26 3777
113 “교황 성하의 한국 방문을 환영합니다” 김덕곤 2014.03.11 3779
112 제주도보성지순례-둘째날 3 김덕곤 2012.03.25 3798
111 박재석 바오로 전 마산교구평협 회장님 선종 심정혜 2014.11.26 3798
110 빈손 김덕곤 2014.11.01 3804
109 새로운 시작 2010! 안상덕 2010.03.12 382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