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하지 말고 그분과 함께 제자리를 찾읍시다
오늘은 쉰세 번째 맞이하는 평신도 주일입니다. 평신도들에게 고유한 소명과 사명을 되새기고 그에 합당한 삶을 살 것을 다짐하고 격려하는 날입니다.
우리 평신도에게 고유한 소명과 사명이란 무엇이겠습니까.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세속 안에서 누룩과 소금의 역할을 하여 우리 가정과 직장과 사회가 하느님 보시기에 좋게 바뀌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 자신이 그리스도를 밝히는 빛이 되어 온 세상 사람들을 참 빛이신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소명을 지닌 우리 자신을 돌아보면 종종 그리스도인답지 않게 살았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좌절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부족함을 잘 아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우리를 부르셔서 당신 자녀로 삼으시고 복음의 증인이 되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지혜”(1코린 1,24)이신 그분을 통하여 우리에게 힘과 용기를 주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분을 찾기만 하면 그분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는 지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었고, 청년들은 직장을 구하지 못해 실의에 차 있습니다. 기업의 도산과 자영업자의 폐업이 속출하고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가난한 이들은 설 자리가 더욱 줄어들고 있습니다. 비대면과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기존 방식의 친교와 소통이 어려워졌습니다. 이에 따라 신자들의 성사 생활과 공동체 활동도 커다란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은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다른 한편으로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올바른 선택과 행동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팬데믹이 언어와 인종과 국경의 장벽을 넘어 인류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삶이 고립적이지 않으며, 인류와 자연을 포함한 지구 전체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어 공동체적 운명을 지닌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자기중심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삶에서 돌아서서 모두가 운명공동체임을 자각하는 공동체적 삶을 살아야 하며,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생태적 삶을 살아야 합니다.
물론 이런 삶을 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4,27) 하고 우리를 격려하시는 주님의 도움에 힘입어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이 초래한 이 엄중한 상황을 능히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에게는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시해 주는 값진 유산들이 있습니다. 사회생활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담은 가톨릭 사회교리가 그것입니다. 인간 존엄성, 공동성, 연대성, 보조성,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 재화의 보편적 목적과 같은 사회교리의 기본 원리들은 오늘날 여전히 적절하고 유효한 길잡이들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최근에 발표한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 온갖 장벽과 경계를 넘어서는 진정한 형제애와 사회적 우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박해를 피해 숨어 지내면서도 형제적 사랑을 실천하고 마침내 목숨을 바쳐 신앙의 증인이 된 순교 선조들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길잡이가 됩니다. 특히 내년에 탄생 200주년을 맞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과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21년 유네스코 세계 기념 인물로 선정된 첫 한국인 사제 성 김대건 신부님은 짧은 생애를 살면서도 불굴의 신앙과 한결같은 희망과 희생적 사랑으로 복음적 덕행의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땀의 순교자인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은 혼신의 사랑과 열정으로 양들을 찾아다니며 성사를 통해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마침내 길 위의 순교자가 되었습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야기된 엄중한 시대적 상황을 직시하면서 가톨릭 사회교리를 비롯한 교회 가르침을 실천하고 신앙 선조들의 굳건한 믿음을 본받음으로써 이 상황을 극복해 나가고자 합니다. 또한 2021년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 정신을 살려 본래 모습대로 기본에 충실하자는 취지의 ‘제자리 찾기’ 희년 실천 운동을 펼치고자 합니다. 교우 여러분이 함께해주시고 뜻과 힘을 모아주시기를 청합니다.
아울러 올 해에 실시하지 못하고 내년으로 이어지는 교구청 신축 사업에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동참을 다시한번 부탁드립니다. 건축 설계는 마무리 되었으나 코로나 19로 인하여 멈추어진 공사가 언제 시작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다시 시작되었을 때 언제나처럼 어려울 때 뭉치고 하나 되어 풀어 나가는 우리들의 힘을 보여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본당의 주제, 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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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평신도 주일 2차 헌금에 특별한 사랑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우리들의 사랑과 관심과 온전한 참여는 교구 평신도사도직운동의 밑거름이며 뿌리이고 풍성한 열매가 될 것입니다.
오늘 평신도 주일이 세속 안에서 복음의 증인으로 살아가도록 불린 우리 평신도들의 소명과 사명을 깊이 되새기고 그 본분에 충실할 것을 다짐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11월 8일
천주교 마산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