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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6호
발행일 : 2006-01-22
  



양승국 신부 (서울 대림동 살레시오 수도원 원장)
 인사발령을 받아 다른 공동체로 떠나가는 한 형제를 모셔다드리고 혼자 돌아오는 길에 얼마나 졸음이 오던지 라디오를 틀었습니다. 고속도로여서 그런지 채널이 제대로 잡히지 않더군요. 차 안 이곳저곳 뒤적뒤적하다가 카세트 테이프를 하나 찾아 틀었습니다.

 '추억의 라이브 카페' 비슷한 제목의 테이프였는데, 들어보니 80~90년대 유행했던 '사랑'을 주제로 한 발라드풍 가요들이었습니다. 한곡 한곡이 젊은 시절 제가 많이 좋아했던 노래들이었습니다. 수백 번도 더 들어본 노래들, 그래서 가사를 다 외우기까지 했던 노래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듣고 있노라니 굉장히 촌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엄청 진부하게 들렸습니다. 계속 듣기가 힘들더군요. 결국 끄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요. 한때 그렇게도 좋아했던 노래들, 너무나 좋은 노래라고 생각해서 '십팔번'을 만들려했던 노래들이었습니다. 그래서 혼자 거울 보면서 '폼 잡고' 따라 부르던 노래들이었는데, 불과 2~30년 만에 제 스스로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에 대해 깜짝 놀랐습니다. 요즘 제가 너무 영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다보니, 그래서 성가만 좋아하게 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이질적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제 머릿속에 '세속의 것들 특징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시선을 확 끄는 대상들이 대부분 지닌 한 가지 특징은 그 수명이 짧다는 것입니다. 돌이켜보십시오. 한때 우리가 그토록 혈안이 되어 찾아다녔던 세상의 재미들이 세월과 더불어 이제는 우리들의 관심사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한때 목숨조차 걸 정도로 절대적인 것으로 여겼던 가치관들이 이제 별것 아닌 것들로 전락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추구해야 할 보다 항구한 대상, 보다 차원 높은 대상, 결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을 대상이 필요합니다. 그 대상은 바로 예수님이시며, 그분께서 남겨주신 복음이며, 복음의 핵심정신인 사랑입니다.

 예수님, 그분은 만날 때마다 새롭습니다. 그분께로 돌아갈 때마다 뭔가 색다릅니다. 그분의 복음 역시 단 한 번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펼칠 때마다 복음의 모든 페이지는 우리에게 또 다른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선택할 대상, 마지막으로 돌아갈 대상은 우리 주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이야말로 우리의 기쁨입니다. 희망입니다. 구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너나할 것 없이 불나방처럼 휘황찬란한 향락의 세계를 향해 날아간다 하더라도 우리만큼은 마음 단단히 먹고 지속적으로 예수님을 선택하는 나날이 되길 바랍니다.

 예수님 요청에 따라 첫 사도단에 가입한 제자들의 성소 여정을 묵상해봅니다. 제자들은 어제까지 지녀왔던 생활양식이나 사고방식을 떨쳐버려야만 했는데, 그것은 꽤 큰 부담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부르시면서 총체적 삶의 전환을 당부하셨습니다.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길, 검증도 제대로 되지 않은 인생을 새로이 시작해야만 했던 제자들은 걱정이 앞섰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큰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모험을 꺼려합니다. 반면에 기존의 생활양식을 고수하는 안정된 생활을 추구합니다. 왜냐하면 편안하기 때문입니다. 안락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떠나기를 힘들어 합니다.

 그러나 복음은, 또 예수님께서는 시시각각으로 우리에게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여행길을 떠날 것을 요청하십니다. 매일 매 순간 변화할 것을 당부하십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을 요구하십니다.

 기존의 틀을 벗어난다는 것, 과거의 생활방식을 탈피한다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으로서 기본 태도입니다. 목숨이 붙어있는 한 변화되고 성장하기를 거부해서는 안 됩니다.

 그 옛날 사도들처럼 지난 과거를 주님 자비에 모두 맡기고 다시 한 번 그분의 부르심에 기꺼이 따라나서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작은 시냇물을 버리고 보다 큰 바다이신 예수님을 따라 새 출발하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한 단편 소설을 읽다가 제 시선을 확 끄는 구절을 만났습니다. 이번 주간 묵상주제로 좋을 듯합니다.

 "구덩이에서 빠진 것 같은 나날에서 몸을 빼면 그동안 못 보았던 것들이 보이고, 커다랗게 보이던 것들이 얼마나 하찮은 것이었는지, 하찮다고 여겼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는 순간이 있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자신을 바라보고, 좀 더 자신을 소중히 여겼으면…".(이혜경, 「도시의 불빛」)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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