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는 해마다 9월을 ‘순교자 성월’로 지내면서, 신자들이 순교자들을 기억하며 그들의 삶을 본받도록 이끌고 있다. 순교란 신앙을 지키고자 목숨을 바치는 행위이다. 순교자들은 하느님과 하느님의 나라에 대한 철저한 믿음을 버리지 않으려고 목숨까지 내놓는 순교를 받아들였다. 이 9월은 특별히 이 땅의 순교 성인 103위를 비롯한 수많은 순교자들의 굳센 믿음을 본받고자 다짐하는 때이다.
한국 교회의 순교자 성월은 1925년 로마에서 거행된 ‘조선 순교자 79위 시복식’이 계기가 되었다. 한국 교회는 이듬해부터 해마다 9월 26일을 ‘한국 치명 복자 79위 첨례(축일)’로 지내기로 하였는데, 이날이 기해박해(1839년)와 병오박해(1846년) 때 순교한 79위 복자들 가운데 가장 많이 순교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968년에는 병인박해(1866년)의 순교자 24위가 시복되었다. 1984년 5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이들 103위 복자를 시성하였다.
한국 교회가 공식적으로 ‘복자 성월’을 선포하지는 않았으나 1925년의 79위 시복 이후로 복자들을 현양하고 공경하는 신심이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9월을 복자 성월로 지내게 되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1984년 103위의 시성에 맞추어 복자 성월을 ‘순교자 성월’로 바꾸고, 9월 20일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로 정하였다.
순교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순교자들은 평소 하느님을 체험하며 살았기에 목숨을 내놓을 수 있었다. 오늘날은 피를 흘리며 신앙을 증언하는 순교의 시대가 아니지만, 우리는 그분들의 순교 영성을 어떻게 본받을 수 있겠는가? 자신에게 주어지는 십자가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이겨 내고자 노력하는 자세가 그 첫걸음일 것이다.
한국 순교자들에게 바치는 기도
○ 이 땅의 모든 순교자여,
당신들은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굳은 신앙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과 교회를 위하여
피를 흘리셨나이다.
● 저희는 현세에서 악의 세력과 치열하게 싸우며
당신들이 거두신 승리의 영광을 노래하고
모든 선의 근원이신 하느님을 찬양하오니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위대하신 순교자들이여,
천상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와 함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시어
하느님의 자비를 얻어 주소서.
● 지금도 어둠의 세력이
교회를 박해하고 있사오니
하느님께서 전능하신 팔로
교회를 붙들어 보호하시며
아직 어둠 속에 있는 지역에까지
널리 펴시도록 빌어 주소서.
○ 용감하신 순교자들이여,
특별히 청하오니
우리나라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 주소서.
● 당신들은 이 땅에서 많은 고난을 겪으며 사시다가
목숨까지 바치셨사오니
○ 전능하신 하느님께 빌어 주시어
교회를 이 땅에서 날로 자라게 하시며
사제를 많이 나게 하시고
● 신자들이 주님의 계명을 잘 지키고
냉담자들은 다시 열심해지며
갈린 형제들은 같은 믿음으로 하나 되고
비신자들은 참신앙으로 하느님을 알아
천지의 창조주
인류의 구세주를 찾아오게 하소서.
○ 참으로 영광스러운 순교자들이여,
저희도 그 영광을 생각하며 기뻐하나이다.
간절히 청하오니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께 빌어 주시어
저희와 친척과 은인들에게
필요한 은혜를 얻어 주소서.
● 또한 저희가 죽을 때까지
예수 그리스도를 한결같이 믿어 증언하며
비록 피는 흘리지 못할지라도
주님의 은총을 입어 선종하게 하소서.
○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이여,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